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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STORY

용기 내어 작성해 주신 소중한 글을 보관하는 곳 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글과 그림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 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희 여명은 작성해주신 이야기와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기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일몰

저는 아동학대 피해생존자입니다. 아플 때 바로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이유없는 욕설을 매일 들어야 했습니다. 속옷 끈이 길가에서 끊어질 때까지 입고 다녔어요. 벌레보듯이 보는 눈빛, 화나면 물건을 던지고 마구잡이로 저를 때리던 몸짓, 법적인 보호자가 필요한 상황에 혼자 모든 일을 처리했던 어린 제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어린시절 겪은 일들의 영향으로 제 안전에 위협이 되는 일에도 거절의사를 표현하거나 감정표현을 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제 감정을 인지하는 것도 잘 되지 않고요.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고 있지만, 갑자기 화가 솟구치거나 제 자신이 밑도끝도없이 싫어지고 모든 게 막막해집니다. 견디다 못해 제 자신을 해치려는 행동을 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당연히 저도 사람인지라 본능적으로 제 자신을 지키려는 반응이 나오는데 어린시절 듣고 싶었던 부모님의 격려가 담긴 말들이 귀에 들리면서 스스로 본능을 이기고 제 몸을 해칩니다. 제 꿈은 디지털포렌식수사관입니다. 관련학과에 진학해 공부하는 중인데 공황장애와 트라우마로 휴학을 하고 혼자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어린시절의 기억들이 불쑥 떠오를 때마다 과연 내가 이 모든 걸 이겨내고 내 삶을 살아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많이 지치네요.

당신이 그 일들을 완전히 잊을 수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고요 하지만 그 모든 일을 지나온 당신은 참 똑똑하고 강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어느 정신과 의사가 그러더군요 "장미를 뭐라고 부르든, 장미의 향기는 변하지 않아." 기억해 주세요 당신은 참 똑똑하고 강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일상 속 불안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냥 사람과 대화하는게 왜 불편한지 모르겠어요.

언어적 가정 폭력의 생존자입니다. 폭력의 생존자라고 불리기도 우스운 수준이라 생각했던 적 있지만, 사회에 나와서 살아가는 면면 모든 장면에서 족족 떠오르는 족쇄같은 말들이 발목을 잡아 내리 끕니다. 나는 언제 이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도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하고싶은대로 살면 되는데 왜 불안해 하니

얘들아! 상담과 약만이 진리다! 신체가 건강해도 정신이 안 건강할 수 있다! 나 하루에 만 보씩 걷고 꾸준히 살아가고 루틴도 있는데 그래도 우울하고 자살사고 하고 시도 할까 고민도 한다! 정신과 몸은 연관되어 있긴 하지만 결국엔 별개니까 다들 주변 허튼 말 제대로 주워담지 말고 맛난거 잘 먹고 잘 굴러 움직이면서 살아가! 난 스물 중반이거든! 너희도 이 나이까지 충분히 살아갈 수 있어!

수없이 많은 죽음을 경험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어쩌면 기분이 아닌 정말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언젠가 이 생각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영원히 내 곁에 있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14살 첫 학대의 기억은 그리 선명하게 남지 않으나 그 감각은 여전히 생생해서 조금 더 괴로운 것 같아요. 액션 영화도, 그리고 소설도 또 다양한 것도 보지 못하고 누가 저를 건드리는 것도 무섭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어렵지만 또, 언젠가는 괜찮아질까요?

이렇게 극복되지 않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천천히 잊어가는것도 혹은 잊지않더라고 무뎌지는것도 괜찮은것 같아요. 너무 힘들다면 상담도 받아보는게 좋은것같아요! 우리 모두 힘내봐요!!

우리는 결국 살아남을 것이고, 또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나름의 방식대로 생존할 것이라 믿어요. 지금처럼. 그저 아프면 아픈대로, 또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각자 살아가요. 우리의 잘못은 없고, 우리는 당당합니다.

저는 저를 사랑하고 싶어요. 자기혐오 자만에서 벗어나서 내가 열심히 하던 뭘 하던지 나를 그냥 인정해주고 제일 편한 사이가 나면 좋겠어요. 행복하지않은 삶은 아니에요.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나랑 화해 하고싶어요. 남들은 다 나를 좋은 사람이라하는데 좋게 보는데 난 왜 내가 제일 못났고 보기 싫을까요? 특히 다른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말 한마디에 날 좋아할까? 생각하며 불편해 할까요 ? 어떻게 하면 저를 사랑할 수 있죠 ?

어렸을적 겪었던 폭력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화를 내던 아빠와 말리지 않던 엄마 그런 기억을 가지고 커버린 저는 누군가 손만 들어도 때리는걸로 인식합니다 이러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정말 힘듭니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했던 나에게 괜찮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던 너. 너가 그립다. 잊히지 않는다. 자꾸만 눈물이 차오른다. '우리 다시 만나면 안 될까'란 생각이 든다. 그치만 우린 비슷한 아픔을 지닌 채 떨어져 지내야 한다. 우린 자신만의 아픔을 홀로 치유하고 극복해야한다. 내 아픔을 이해해줄 너는 여기 없다. 네 아픔을 이해해줄 나도 네 곁에 없다. 내 아픔을 이해해줄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것이다. 너도 그럴 것이다. 외롭고 슬프다. 그치만 우린 결국 잘 극복해낼 거라 믿는다. 우린 '좋은 사람'이니까. 좀 헤메더라도,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린대도 괜찮다. 치유는 '상당히' 힘든 일이니까. 너와 나,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살아있어서 고맙다고, 잘 살아줘서 기특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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